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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galuk's Report

- Mangalica Fesztival in Budapest





2013-02-08

망갈리차(Mangalica)는 헝가리 고유 품종 돼지다. 곱슬곱슬한 털이 특징인 이 돼지는 헝가리에서만 나고 자라며, 대량 혹은 속성 생산을 하지 않고 철저한 국가 품종 관리 시스템 아래서 소량 생산 되기 때문에 가격이 일반 돼지의 네 배 가량 되는 귀하신 몸이다. 육질이 부드럽고 좋은 향기가 나는데다 콜레스테롤 함량이 낮아 서유럽 국가에 인기가 많다고.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홍콩이 주 수출 대상국이란다. 올해 처음 한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라며 PICS라는 헝가리 망갈리차 육가공 업자가 기사를 부탁하는 전화가 온 것이 1월 말. 마침 2월 둘째 주말에 망갈리차 페스티벌이 열린다며 자기네 부스를 찾아달랐단다. 안그래도 지나다니며 망갈리차 페스티벌 광고 현판 본 것이 수 차례. 기사 거리도 찾고 고기 맛도 보고 곱슬머리 헝가리 토종 돼지 망갈리차도 구경할 겸 시간 맞춰 진눈깨비 내리는 거리로 나섰다. 망갈리차 페스티벌이 열리는 곳은 팔리아멘트 근처 '자유 광장(szabadság tér)'. 시위나 행사가 자주 열리는 곳이다. 장바구니를 든 사람들이 열지어 향하는 곳이 행사장일 터. 따라가다 보니 축사 냄새와 돼지고기 요리 냄새가 뒤섞인 기묘한 공기로 가득 찬 광장이 나타난다. 


먼저 어른 가슴 정도 높이의 펜스가 쳐진 망갈리차 축사로 향했다. 축사는 모두 네 칸으로, 회색, 갈색, 검은색 망갈리차와 새끼 망갈리차를 나눠서 입사시켜 놓았다. 날이 추워서인가 녀석들은 축사 구석 한 켠에 몰려 서로 몸을 바짝 붙인 채 쿨쿨 잠만 자고 있다. 움직임이 있는 것은 새끼 망갈리차 뿐. 어미 젖을 찾아 곱슬털뭉치들이 난방 겸 켜 놓은 붉은 조명 아래서 이리 저리 꼬물댄다. 혹시나 잠에서 깬 녀석들이 조금이라도 움직여주지 않을까 잠시 지켜봤지만 가끔 잠결에 뒷다리를 부르르 떠는 것 외엔 녀석들은 그 많은 시선 아래서도 미동도 없이 쿨쿨 잠만 잔다. 냄새도 심하고 녀석들 깰 기미가 보이지 않아 조금 지켜보다 축사를 벗어나 본격적으로 망갈리차 판매 부스를 둘러 보기로 했다. 

망갈리차는 회색, 검은색, 갈색 세 종류가 있는데 이 녀석들은 똘비처럼 붉은 빛이 감도는 갈색 망갈리차.

 


축사를 벗어나자 망갈리차로 만든 콜바스(kolbász 소시지), 후르꺼(Hurkar,돼지 여러 부위를 간 고기를 쌀 및 향신료와 함께 섞어 만든 헝가리식 순대), 햄과 베이컨과 이것들로 만든 음식을 파는 부스들이 나타난다. 가장 처음 눈에 들어 온 것은 꼬치에 꿰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새끼 통돼지 바베큐. 저 꼬물대는 어린 것들이 이렇게 불 위에서 제 몸을 굴리며 그슬려진다고 생각하니 식욕이 아니라 안쓰러운 마음이 앞선다. 지나가는 꼬맹이도 같은 생각인지 어두운 표정으로 한참을 보고 섰다. 



페스티벌에서 빠질 수 없는 건 역시 먹을 거리. 곳곳에 망갈리차 생육 혹은 소시지나 햄으로 만든 음식을 파는 음식점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하지만 점심을 이미 먹고 온 터라 부른 배를 다져가며 뭔가 더 들이기는 힘든 상태. 게다가 이미 경험으로 헝가리 고기 요리가 얼마나 짠지 익히 알고 있기에 그저 보는 것만으로 만족하며 조금 더 둘러 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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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바퀴 돈 후 핫와인이나 한잔 마셔볼까 카페 부스를 찾아 두리번 거리다 보니 PICS 부스가 눈에 들어 온다. 축제 분위기에 휩쓸리다 sam도 나도 여기 온 이유를 까먹고 있었다. 취재를 해야 한다. 담당자를 찾았더니 행사장 가운데 마련된 큰 천막 안으로 우리를 데리고 들어 갔다. 아마도 관련 업체나 기관 인사들의 대기실인 모양. 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는 몇 팀이 있고 대부분 손엔 핫와인 잔이 들렸다. 둘러 보니 한쪽에 와인바가 있다. 옳거니. 이렇게 공짜 와인 한잔 먹을 수 있겠구나. sam은 수첩을 꺼내 들고 담당자(사진의 오른쪽)취재를 시작하고 같은 테이블에 있던 초로의 신사분(사진의 왼쪽)이 와인과 음식을 권한다. 이분은 왕년에 헝가리 국가대표 축구팀 코치였다고. 88년 올림픽 때 한국에 갔었다며 반가와 한다. 한국 수출 추진 담당자 얘기로는 한국 시장에 크게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일본에 비해 시장 자체가 작기도 하거니와 망갈리차가 워낙 고가다 보니 가격 경쟁력도 낮기 때문이란다. 게다가 삼겹살을 선호하는 한국인 입맛에 이들이 강추하는 '마블링이 살아 있는 목살 스테이크'가 먹힐 지도 의문. 


sam이 일하는 동안 나는 호기롭게 핫와인 곁들인 망갈리차 바베큐와 훈제 육포 시식. 막입이라 그런가 비싼 고기라니 비싼가보다 하지 사실 특유의 '향기'나 환상적인 '육질'은 글쎄... 잘 모르겠다. 식당에서 파는 돼지고기보다는 맛있었지만 마트에서 사다 구워 먹는 돼지고기보다 딱히 더 맛있게 느껴지지 않은 건 사실. 잘 대접받고 나와 보니 그새 진눈깨비는 그치고 행사장에는 더 많은 인파가 몰려 들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이 사람들 오늘 저녁 식탁에는 모처럼 귀한 망갈리차 요리가 오르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