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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비

- 똘비 간병기

순대랑 같이 딸려 오는 돼지간에 똘비가 환장했던게 기억나 자주 가는 마트 정육코너에서 돼지 간 반근을 사와 삶아서 줬더니 시키지도 않았는데 앉아, 엎드려, 돌아, 빵, 굴러.. 알고 있는 모든 재주는 물론 '돼지 간만 주신다면 내 간이라도 내놓겠소' 하는 표정으로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귀염을 떠는 통에 나도 모르게 넙죽 넙죽 달라는대로 주고 말았다. 

씹지도 않고 허겁지겁 좀 과하게 흡입한다 싶었는데 그에 체기가 들었는지 자정이 지나면서부터 꾸륵 꾸륵 먹었던 걸 게워내기 시작한다.  저는 저대로 수시로 위 아래로 쏟아내느라 힘겨워 하고 나는 쫒아 다니며 집안 곳곳 흘려 놓는 배설물 치우고 작은 것이 괴로워 하는 모습 안타까워 잠 못자고.. 새벽녘이 다 되서야 진정이 되는지 침대에 축 늘어진다. 

다음날 아침 그 좋아하는 '양말 도둑 놀이'도 안하고 아빠 배웅도 안하더니 몸을 동그랗게 말고 하루를 꼬박 앓았다. 이렇게 아파본 건 또 처음이라 혹여 추위에 덧나지나 않을까 사람 추울 땐 건드리지도 못하게 하는 난방 온도 최대로 올려 놓고 꼼짝 없이 옆에 붙어 앉아 상태를 지켜 보다 잠이 들었다. "이리 줘 이놈아!" 소리에 일어나 보니 똘비가 아빠 양말을 물고 냅다 뛰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인다. 양말 도둑이닷! 똘비가 살아났다!! 

어느 추운, 그렇지만 오랜만에 아침 햇살이 들어와 길게 누운 겨울 아침. 똘비는 양말 한짝 물고 이리 저리 도망 다니느라 바쁘고 그런 녀석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던 따뜻한 아침. 똘비야... 이쁘다고 달라는 대로 준 이 미련한 엄마를 용서해라.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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