똘비

- 똘비식 환영 인사

EJ-Choi 2013. 2. 28. 00:13

쟈니와 샘이 저녁 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 귀가 시간이 10시를 훌쩍 넘게 된지 석달. 그 사이 똘비에게 새로운 버릇이 생겼다. 저녁 9시 무렵부터 현관 바깥 동정에 예민해진다는 것. 아래층의 문 여닫는 소리, 엘리베이터 딩동 소리, 계단 오르 내리는 발자국 소리가 날 때마다 짖는 것은 기본. 아무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으면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코를 현관문으로 향하고 꼬리를 빳빳하게 긴장 시킨 채 무슨 소리가 나지는 않나 밖을 향해 귀를 쫑긋 세운다. 마치 아빠와 형아의 발자국 소리를 놓치지 않는 것이 이 집에 사는 절대 절명의 이유인 것처럼. 

부자가 올 때까지 하염없이 그렇게 보초를 서고 있는 양이 안쓰러워 안방에서 "똘비야~ 이제 그만 이리 들어와, 엄마랑 놀자!" 부르면 마지 못해 쪼로로 달려 와 내 옆을 잠시 서성거리긴 하지만 금세 뛰어 나가 다시 현관 밖 동정 살피기 모드에 돌입한다. 그러다 지치면 거실 쇼파 제 자리에서 최대한 몸을 문쪽으로 가까이 붙인 채, 코는 발씸 발씸 눈은 또록 또록 털 끝마다 신경 세포가 달린 듯 온 몸으로 보초를 선다. 

마침내 아빠와 형아가 현관문을 열고 나타나면, 패트리어트 미사일보다 빠른 속도로 튀어나가 펄쩍 펄쩍 뛰어 오르며 두 귀를 바짝 뒤로 젖힌 채 헥헥 거리며 광기의 반가움을 뿜어 낸다. 신발을 거둬 들이느라 허리를 굽히면 엉덩이에 대고 하이파이브를 작렬 시키고, 어떤 때는 숙인 머리 위로 뛰어 올라 샘의 민머리에 상처기가 날 지경. 이렇게 열렬한 환영 인사를 하루 이틀도 아니고 매일 매일, 그것도 하루에 몇번이 됐든 밖에 나갔다 들어 올 때마다 어김 없이 해주는 걸 보면 귀엽다 못해 어떤 땐 안쓰럽기까지 하다. 뭐 그리 잘해주는 주인이라고 이리도 눈물 겹게 반겨주는가 말이다. 

그러나 이게 끝이 아니다. 이런 열렬한 환영 인사는 세 식구 모두 공평하게(라고 하기엔 형한테 해주는 환영인사는 좀 미적지근 하지만) 받지만 다른 식구한테는 하지 않고 유독 샘에게만 해주는 후속 행사가 있다. 아빠 소매 물고 늘어지기. 옷을 갈아 입으려고 소매에서 팔을 빼려는 순간 소매 끝을 낚아채 물어 제끼거나 채 빼지 못한 상태에서 마치 원수라도 되는 양 소매 끝을 물고 앙앙 거리며 잡아 당긴다. 팔짱을 끼거나 뒤로 숨겨 피할라 치면 앞발로 긁어 잡아 당겨 다시 물어 뜯는다. 흡사 꼬마 악마가 앙살을 떨어대는 꼬락서니다. 그마저도 귀여워 오냐 오냐 하는 샘의 팔엔 그래서 여기 저기 긁힌 자국이 나 있다. 못말리는 귀여운 악마의 독특한 환영인사를 영상으로 담아 봤다.